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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 금호미술관 김보희 초대전 Towards영화 Movie 2020. 7. 12. 13:27
2020년 5월 15일-7월 12일 사이 금호미술관에서 열렸던 김보희 작가의 초대전. 이곳을 무려 두 번이나 찾았다. 일요일 오후에 갔더니 너무 줄이 길어 들어가지 못했고, 다음에 평일인 금요일 오후에 갔으나 역시 긴 줄이 ... 그러나 그 날이 전시 마감 전 마지막 금요일이었기에 여름 햇살 아래서 30분 이상 기다린 뒤 입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줄을 기다리는데 우연히도 김보희 작가님을 직접 보았다. 들어가시며 '어휴~ 더운데 맨날 기다리게해서 미안해' 라고 말씀하시며 관계자 포스를 풍기는 어머님뻘 여자분이 계셨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작가님이 맞으셨다. 사실 작가님에 대한 정보가 없어 성함과 그림 분위기만 보고 젊은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정년퇴임하신 대학 교수님이셨다. 그리고 전시장 안에서도 지인들에게 그림을 소개해 주시는 모습도 보았다. 전시가 인기 있어서 그런가, 무척이나 활기찬 모습. 이날 본 작품들이 최근 2년 사이 그린 작품들로 여전히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하고 계시는구나.
사실 정보가 없이 누군가의 추천과 사진만 보고 찾은 전시였다. 특히나 요즘 공공미술관들이 모두 문을 닫은 상황에서 전시와 미술을 보고 싶다는 욕구로 어느 미술관이든 가고 싶던 중 이렇게 문을 연 미술관의 존재가 고마웠다. 금호미술관이 원래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닌데(적어도 내 기억에는)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해서가 아닐까.
그렇게 어쩌면 우연히 만난 김호희 작가의 그림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사진으로 볼때는 쨍한 선명한 색감이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은은한 색감에 가까웠다. 동시에 대상을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지만 대상의 질감이 제대로 느껴지게 그렸다고 할까. 적당한 은음함 속에 분명함이 오히려 대상을 실제보다 선명하게 인식하게 하고 수 많음 감정들을 불러 일으켰다.
남편과 함께 제주도에 사신다는 작가님의 작품 대상은 다양했다. 식물 부터 숲과 정원 풍경, 제주도의 일상 풍경과 무엇보다 수평선과 바다. 저렇게 수평선과 바다를 마음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표현한 작가가 있었을까 싶다. 나는 수평선 그림들 앞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체적으로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온 대가의 내공이 느껴졌다.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보면 때로는 too much 하다 싶을 정도의 상징으로 가득하다. 많은 부연 설명이 있지만 그 설명에 별로 공감을 할 수가 없을때가 대부분. 하지만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온 김보희 작가는 눈 앞의 자연과 일상의 대상을 그림에 담아냈다. 간결하면서 분명하게 담은 그림 속에 우리가 자연을 보며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쉽게 불러 일으킨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편으로는 벅차오르고. 오랜만에 미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의미있었던 발걸음.
일기예보보다 빨리 비가 그친 금요일 오후. 하늘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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