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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가 내 주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Tech in Shipping 2019. 7. 21. 12:09

     

    사람들은 해운 시장의 변화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박 용선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동안 사람들이 쌓아온 관계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같은 거래면 결국 오랜 기간 알고 지내고 술잔 기울여 온 사람에게 기회를 밀어줄 수 밖에 없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첫번째 변화는 안타깝게도 해운회사들은 물론 화주 회사들도 예전보다 돈 벌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사실. 앞으로도 세계 인구는 계속 늘어나겠지만 인류는 예전보다 물건을 더 소비하지는 않고 에너지도 덜 쓰는 방향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춘 다품종 소량생산, 공유경제의 확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체 에너지의 활용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해운업계에 극적인 물동량 증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공급측면에서 보면 선복량은 이미 과잉상태이다. 거기에 배를 지을 수 있는 조선소는 많고 세계를 떠도는 글로벌 유동 자금도 많다. 만약 해운 시장의 수익성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고 신규 수요가 나타나면 신조 공급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다른 장치산업들에 똑같이 적용된다. 수익성 감소에 직면한 기업들은 결국 비용을 아끼는 방법을 고민하고 사업의 각 부분에서 기존에 나가던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 현재 나타나는 용선 시장의 변화도 화주인 대형 에너지 기업들과 대형 선사들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플랫폼이 선박 용선에 들이는 인력 비용과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줄이면서 성과는 더 낼 수 있다면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둘째는 사람들의 변화이다. 다가오는 시대를 주도할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80년대생부터의 사람들은 이전 세대의 사람들보다 개인 생활을 중요시 여기고 대면 접촉 없이도 이루어지는 일상에 익숙하다. 카톡이나 Whatsapp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보편화된 요즘 전화 통화 마저도 귀찮고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비즈니스를 위한 술자리도 결국 업무의 연장일 뿐 부담으로 느끼며 그 시간에 차라리 자기 시간을 가지고 싶어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차츰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람이 주도하는 일이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물론 현재까지 도입된 정보기술을 이용한 플랫폼도 완벽히 시장 상황을 판단하고 예측하지 못한다. 그럼 어차피 둘 다 부정확하니까 그대로 사람 손에만 맡겨야 할까?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라면 그래도 더 설득력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 경우 사람의 머리와 감에서 나온 판단 보다는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적용한 판단이 적어도 더 많은 변수가 고려되고 복잡한 계산이 적용된다는 면에서 보다 설득력있는 결과라고 설명될 수 있다. 무엇보다 머신러닝은 계속 진화하고 정교해지며 예측 능력을 높여갈 것이다. 반면 사람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는 시간이 지나도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미래의 변화를 단정적으로 예측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가 2008년의 어느 시점에 모여 3년 뒤인 2011년의 미래를 예측해 보았을 때 그 누구도 스마트폰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2009년을 전후로 한 스마트폰의 보급은 짧은 시간에 세상을 변화시켰다. 지금 내가 아는 기술이나 세상에 공개된 기술이 당장 내 일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하기 어렵다 해도 다음에 출현할 기술이 대체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과거에 경험했던 일로 미래를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 지금 세상을 주도하는 인터넷 방송도 사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영상을 만들기도 어렵고 용량 문제로 서버에 올리기도 쉽지 않았으며, 시청자들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짧은 영상을 보는 수고를 하다 보니 결국 오래가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촬영과 편집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상이고, 모바일 기기의 확대는 물론 데이터 요금에 대한 부담이 줄어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볼 수 있다 보니 개인 방송 시장이 확대되었다. 만약 좋은 컨텐츠를 가지고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 방송을 했다 실패한 사람에게 2015년에 누군가 다시 개인 방송을 권유했을 때 그거 내가 해봤었는데 안돼. 오래 못 갈거야라고 단정지었다면 그 사람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사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선박 용선 활동도 2000년대 초반에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적용되는 기술과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과 질이 다르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그때 해봤었는데 안돼. 결국 해운은 다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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