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2020 황산화물 규제 -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20년 1월 1일 부로 전세계 모든 수역을 다니는 선박들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함유량(SOx) 제한이 기존 3.5% 에서 0.5% 로 낮아진다. 한마디로 내년부터 황함유량이 더 적고 환경오염을 덜 시키는 보다 깨긋한 선박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 정리해본다.
선박 연료유,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선박들이 주로 쓰고 있는 연료유(벙커:Buker)는 벙커C유 이다. 이는 정제 과정시 거의 가장 밑에 남는 무겁고 점도가 높은 기름으로 황함유량이 매우 높은 유종이다. 이런 선박 연료유로 인한 대기오염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전 세계 선박들이 배출하는 황산화물은 전세계 자동차가 배출하는 양보다 무려 130배가 많다고 추정된다.
황 함유량을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이 있었나?
물론 지금까지 선박 연료유의 황함유량 배출을 줄이기 위한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은것은 아니었다. 세계해사기구 IMO 는 1973년에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협약인 MARPOL(Marine Pollution Treaty) 를 출범시키는 등 여러 규제 방안을 내놓았고, 연료유의 황함유량에 대한 규제도 단계적으로 진행하여 현행 시행중인 3.5% 의 규제는 2012년 부터 시작되었다.
지역적으로는 이미 더 강한 규제가 시행중인곳도 있다. 이러한 제한이 이루어지는 수역을 ECA(Emission Control Area) 라고 부르는데, 현재 대표적으로 북미와 유럽의 북해, 발틱해 등지는 황함유량 0.1% 이하의 연료유만 쓸 수 있고, 중국 연안과 내항, 그리고 홍콩에서 0.5% 의 제한이 이미 적용 중이다.
확대 시행하게된 이유는?
2020년 1월 1일 부터 규제를 강화 실시한다는 결정은 2016년 10월에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선사들 사이에서는 막상 날짜가 다가오면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시행은 연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로 평형수처리장치(BWTS) 의 경우 적용 완료 목표 시점을 당초 2022년으로 세웠다 지금은 2024년으로 2년 연기되었다.
하지만 일부 선주들의 기대와 달리 올해 5월에 있었던 MEPC(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제74차 회의에서 황함유량 규제에 있어서는 연기 없이 내년 1월 1일 시행하는 방안이 확정 되었다. IMO 가 강하게 나오는 크게 두가지다. 무엇보다 현재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높다는 점, 그리고 BWTS 는 새로운 설비를 배에 장착해야 하는데 이 기계의 공급량과 설치를 위한 조선소의 스케줄 모두 빠듯해 보여 날짜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과 달리 황함유량 문제의 경우 현재의 선박 엔진과 설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핑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일종의 주도권 싸움의 영향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저감장치를 설치하거나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법 모두 기존보다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영향으로 경영난을 겪는 소형선사와 오래된 배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며 선박량 감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돈 있는 대형선사들을 비롯해 누군가에게는 기회이다.
선사들의 대응은?
2020년 1월 1일을 앞두고 선사들의 대응방안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A. 저유황유 사용 - 기존의 선박 설비는 그대로 두고 황함유량이 0.5% 이하인 연료유를 사용한다. 장점은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과 저감장치의 단점과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전세계 대부분의 선박들이 이 경우에 해당되며, 그 중에는 어떤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기 보다 그냥 손놓고 눈치만 보다 시간이 흘러버려 그대로 2020년을 맞이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문제점은 일시적으로 저유황유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선주들의 비용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더욱 큰 문제는 비싸더라도 살 수 있으면 다행인데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수역에서는 물량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현재의 벙커링 시스템이 기존 고유황유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어 얼마나 짧은 시간에 안정적으로 저유황유 공급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B. 저감장치(스크러버: Scrubber) 사용 - 기존 고유황유를 사용하며 배 안에서 자체적으로 연료유의 황을 제거하는 새로운 설비를 장착한다. 초기 투자 비용이 들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고유황유를 그대로 쓸 수 있고, 저유황유 대비 고유황유의 가격이 싸질수록 선사의 이익폭은 커진다.
문제는 비용이다. 설치 비용도 들지만 조선소에서 설치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것도 손해이고, 배의 공간과 무게를 차지하는 만큼 화물을 더 싣지 못하는 것도 손해이다.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돈 드는 일인데 최근 몇년간 돈을 번 제대로 번 선사들이 없다. 그러다보니 쉽게 스크러버 설치를 결정할 수 없었고, 특히 사용연한이 얼마 남지 않는 노후선들은 이제 돈 들여 투자해서 언제 본전 뽑고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그냥 설치를 포기한다.
스크러버라는 설비 자체가 새롭게 보급되다 보니 어떤 제품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기존 선박 설비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여부도 오랜기간 사용해 봐야지 증명 가능하다. 이런 선사들은 먼저 나서서 위험을 떠안기 보다는 남들이 하는 것 보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뒤에 투자를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선사들도 많다.
C. LNG 추진 선박 - 석유가 아닌 LNG 로 움직이는 추진기관을 장착하는 경우이다. LNG 는 현재 상용화 가능한 연료 중 가장 오염 배출이 적은 연료이다. 사실 저유황유도 기존 보다 황산화물 배출량을 낮춘 것이지 다른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황산화물 이외에도 질소산화물(Nox) 과 미세먼지에 대한 규제들이 앞으로 차례대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가올 추가적인 환경대책을 미리 해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다. LNG 벙커링을 위해서는 새로운 설비와 공급망이 필요한데 아직 이런 설비를 갖춘 항구들이 많지 않다. 한마디로 현재 LNG 추진기관만 달고 영업에 나서면 갈 수 있는 항로가 제한되어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석유를 이용하는 엔진과 LNG 를 이용한 엔진 모두를 장착한 Duel-Fuel 선박도 현재 나오고 있는데, 이는 건조 비용은 더 드는데 비해 엔진 하나만큼의 적재 공간을 뺏는 경우로 선주 입장에서 선택하기 쉽지 않다.
LNG 선박에 대한 논의는 전기차에 대한 논의와 닮아있다. 상용화가 확대될 가능성은 높은데 도대체 그때가 언제 올지가 불확실한 상황. 그래서 당장 발주에 나서기는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몇 년 뒤 중고선으로서의 잔존 가치를 고려하면 다른 벙커유 추진 선박 보다는 좋은 가격을 기대할 수 있다.
2020년 1월 1일 이후 벌어질 일들
현재 예측으로는 내년 1월 1일 기준 전 세계의 선박 중 10% 미만의 선박만이 스크러버를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나머지 선박들은 저유황유를 사용해야하며, 현재 톤당 150-200 달러 정도인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이는 최대 400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해상 운임은 일단 오른다. 선주들이 손해를 보며 배를 운항하지 않는 이상 선박 운항 원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유 가격의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스크러버를 장착한 배의 선주들은 저유황유 사용 기준으로 원가가 반영된 운임을 받으면서 실제 운항은 가격이 더 싼 고유황유로 할 수 있으니 이익이 커지고 경쟁력을 더 가진다. 그러나 스크러버를 설치할 때 들어간 투자 비용을 계산하면 진짜 이익을 얻는 구간으로 진입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며,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가 클수록 스크러버 투자비를 회수하는 시점은 빨리 올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시장 참여자들은 환경에 적응하며 유종간 가격차는 줄어든다. 스크러버 설치 선박은 늘어나면 고유황유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동시에 정유사들은 경질 정유제품을 생산하는 비율을 늘린 고도화설비 비중을 늘리며 시장에서 저유항유 공급은 안정될 것이다. 만약 저유황유-고유황유의 가격 격차가 예상보다 빨리 좁혀지면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주들의 투자비 회수 기간은 더 길어진다.
이런 순조로운 전환과 달리 예기치 못한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저유황유 공급방 미비로 특정 지역에서는 공급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고유황유를 쓰도록 설계된 기존의 선박에 저유황유를 메인 연료로 바꿀 때의 문제, 혹은 스크러버 성능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설비의 오작동은 사고를 일으키고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유황의 종류
일반적으로 사용 가능한 저유황류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MGO(Marin Gas Oil) - 선박용 경유. 자동차에 넣는 경유보다는 황함유량이 높다. MGO 에 중유를 혼합한 유종이 MDO(Marin Disel Oil) 이다. 2020년 이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 정유공장들의 MGO 공급 능력이 충분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또한 기존 벙커C유와는 다른 특성으로 인해 연료공급장치와 엔진에 무리를 줄 가능성이 있다.
LSFO(LOW SULFUR FUEL OIL) - 탈황장치를 통해 기존 벙커 C유에서 황성분만 제거한 연료이다. LSFO 가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정유공장측에서 탈황장치에 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역시나 향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질지가 미지수 이다.
혼합유(Blened Oil) - 중유에 다른 유종과 첨가물을 혼합해 황함유량을 낮춘 제품이다. 시장성만 있다면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보이지만, 품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세계 어디서나 일정한 규격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의문점이 남아있다.
스크러버의 종료
개방형(Open Loop) - 바닷물을 끌어들여 연료유에서 황을 세척한 뒤 세척수는 바다에 다시 흘려보내는 방식.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한 방식이나 세척수에 황이 녹아있어 해양 오염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래서 싱가폴과 같이 개방형 스크러버의 사용을 금지하는 수역들이 늘고 있어 선주들에게 또다른 고민을 안겨준다. 반면 일본의 경우 해양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 내리고 사용을 허가하는 경우도 있어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폐쇄형(Closed) - 바닷물 대신 첨가제를 이용하여 황을 제거한다.
하이브리드(Hybrid) - 개방형과 폐쇄형이 혼합된 형태. 문제는 장비가 고가이지만 개방형 스크러버에 대한 규제를 생각하면 선사들은 이 방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결론
언제 올까 싶었던 2020년이 벌써 눈 앞으로 다가왔다. 막연했던 대응 방안도 구체적인 방법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방안들의 단점과 장점들도 확연히 나눠진다. 그래서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한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변화가 해운 산업은 물론 정유 산업과 조선 산업에도 하나의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남길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변화의 배경이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면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계속 이 일을 오랫동안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해운업계 사람들도 환경 문제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적극적으로 나서 기회로 만들어야하지 않을까?